러시아 북부의 ‘폴무지치예’와 ‘라즈무지치예’: 여성 남성성의 역사
러시아 북부 마을은 ‘남자처럼’ 살았던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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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무지치예(полмужичье)’와 ‘라즈무지치예(размужичье)’는 남성의 일을 맡고 남성복을 입으며 노골적으로 ‘남자처럼’ 행동한 여성을 러시아 북부 마을에서 부르던 말이다.
이들을 다룬 공식 기록은 거의 남지 않았지만 방언 사전과 마을 별명, 소문과 민간전승 등 언어 속에는 기억이 보존됐다.
마을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했는가
블라디미르 달은 라즈무지치예를 “반쯤 사내인 사람, 외모와 몸짓, 목소리 따위가 남성을 닮은 여성”을 뜻하는 북부 방언이라고 풀이했다. 당시 ‘헤르마프로디트’라고 부르던 별도 항목도 참조하게 했다.
알렉산드르 포드비소츠키는 1885년 『아르한겔스크 지방 방언 사전』에서 “남자처럼 대담하게 행동하는 여성”이라고 더 구체적으로 풀이했다. 콜라에서는 혼기를 넘긴 미혼 여성 가운데 남성의 습관과 몸짓을 따르고 남성복을 입는 사람을 이렇게 불렀다고 덧붙였다.
아르한겔스크 방언 사전에는 실제 용례도 실려 있다. “Здесь в деревне Дунька размужичье была бригадиром”, 곧 “이 마을에서는 라즈무지치예 둔카가 작업반장이었어.” 또 “Эта Ленка ходит как розмужычье. Бойкая как мальчишка”, 곧 “렌카는 라즈무지치예처럼 다녀. 사내아이처럼 당차지”라는 말도 있다. “Полмужычьйо-то? ну бабы, которые в штанах ходят, ну на гармошке играют”, 곧 “폴무지치예 말이야? 바지를 입고 다니고 손풍금을 타는 여자들이지”라는 설명도 전한다.
북부의 이름난 구연자들도 이 현상을 이야기했다. 마르파 크류코바가 남장한 여주인공이 허풍쟁이 전사를 물리치는 브일리나, 곧 영웅서사시 「코스트류크」를 구연하며 다음과 같이 흥분해 덧붙였다.
“Женьшшина, а с мужчинами! Она во всём мужском ходила. Что проделывали! Размужи́чьё нашо.”
“여자인데 남자들과 어울렸지! 늘 온통 남자 옷을 입고 다녔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우리 라즈무지치예야.”
러시아 북부에서 이 별명들은 여성에게 요구된 규범에서 벗어난 여러 모습을 한데 묶는 꼬리표가 됐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대체로 이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특히 남성들은 ‘남자의 일’에서 보인 솜씨와 능력을 존중했다. 뒤에서는 험담이 따랐지만 얼굴을 마주할 때는 강하고 동등한 일꾼으로 대했다.

왜 북부였나: 경제와 ‘볼슈하’
이런 여성이 러시아 북부에서 특히 많이 보인 까닭은 가혹한 생활 조건에 있었다. 생존은 어업과 임업, 해양동물 사냥에 달려 있었다. 남성들은 일을 하러 수개월씩 집을 떠났고 때로는 돌아오지 못했다.
남성들이 없는 동안 집안은 여성이 꾸려야 했다. 집안의 가장 연장자인 여성 *볼슈하(большуха)*가 돈을 관리하고 일을 나누며 마을 회의에서 가족을 대표하기도 했다. 역사가 막심 풀킨에 따르면 19세기 북부 여성은 능숙하게 노를 젓고 고된 육체노동을 하며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던 일도 익혔다.
스베틀라나 아도니예바와 로라 올슨은 『전통, 경계 넘기, 타협』에서 소녀들이 어릴 때부터 엄격한 역할에 맞춰 길러졌다고 설명한다. 바느질과 베 짜기를 익혀 남편 집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가야 했다. 농가의 생활공간도 남녀의 영역으로 엄격히 나뉘었다.
북부 사회는 여성이 막대한 ‘남자의 일’을 떠맡을 때조차 관습적인 ‘여성성’을 요구했다. 아무리 강인한 가장이어도 옷차림과 머리 모양, 몸가짐은 여성답게 유지해야 했다. 그래서 이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는 행동은 곧바로 눈에 띄었다.
어떻게 ‘폴무지치예’가 됐나
아도니예바와 올슨에 따르면 폴무지치예는 주로 남성의 일을 맡고 늘 남성복을 입은 독신 여성이나 과부에게 붙는 별명이었다. 생계를 책임지던 남성을 잃은 여성이 그의 몫을 대신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모습이 굳어진 평판이 됐다.
민속학자 인나 베셀로바는 메젠강 상류 마을의 한 사례를 든다. 주민들은 건축 일을 하고 바지를 입으며 혼자 총을 들고 사냥하러 가는 여성을 폴무지치예라고 불렀다. 바지만으로는 특별하지 않았다. 건초를 수확할 때 편의를 위해 바지를 입는 여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것은 총을 든 사냥이었다. 농민 문화에서 숲은 남성의 공간, 사냥은 남성만의 특권으로 여겼다. 총을 들고 숲에 들어감으로써 마을의 엄격한 규칙을 깨뜨렸다.
19세기 민족지학자는 콜라 북부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기록했다. 일부 나이 든 여성은 남성의 습관을 깊이 받아들여 늘 남성복을 입고 별도의 무리를 이루기도 했다. 이들이 바로 라즈무지치예였다.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은 뒤에는 남성의 일을 여성이 맡는 일이 대규모로 불가피해졌다. 전쟁터에서 남성을 잃고 과부가 된 여성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된 일을 모두 떠맡았다. 19세기에는 일부 과부의 처지나 북부의 기이한 현상으로 보였던 일이 전후에는 마을 전체의 가혹한 현실이 됐다.
고된 노동 외에도 남성복을 입는 전통 역시 마을 축제의 일부였다.


구교도 여성의 종교적 권위
강한 여성 역할의 토대를 만든 또 다른 요인은 종교였다. 러시아 북부, 특히 백해 연안의 포모리예와 올로네츠현은 역사적으로 구교도의 주요 피난처였다. 구교도는 17세기 교회 개혁을 거부하고 공식 러시아 정교회와 갈라선 신자들이다.
특히 북부에는 급진적인 무사제파인 베스포폽치(беспоповцы)가 깊이 뿌리내렸다. 이들은 옛 질서와 함께 지상의 참된 사제직도 사라졌다고 믿었다.
“결혼 제도의 거부, 공동체 생활, 서품받은 지도자에서 서품받지 않은 지도자로 종교적 권위가 옮겨 간 일은 여성이 이례적이고 야심 찬 역할을 실현할 수 있게 했다.”
— 이리나 패르트(Irina Paert), 『러시아의 구교도, 종교적 이견과 젠더』(2003)
무사제파에는 혼인을 집전할 사제가 없었으므로 신자 다수가 공식 결혼을 거부했다. 종교적 권위는 평신도 가운데 선출한 지도자에게 넘어갔고 여성도 빠르게 이 역할을 맡았다. 예배를 이끌고 성서를 읽으며 종교 공동체인 스키트를 운영했다.
그 결과 러시아 북부 사회는 신앙을 위해 결혼하지 않고 남성과 동등한 종교적 권위를 지닌 미혼 여성에게 익숙해졌다. 전통적인 가족 경로를 따르지 않는 사람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들은 레즈비언이었는가?
오늘날 바지를 입고 사냥하며 다른 여성과 함께 산 옛 여성의 이야기를 접하면 곧바로 숨은 레즈비언이었다고 부르고 싶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역사가들은 이런 성급한 결론을 경계한다.
라즈무지치예 현상이 전통적인 성별 구분에 반드시 도전한 것은 아니다. 여러 면에서 오히려 그 구분을 확인했다. 마을 사회는 남자의 일과 여자의 일이 엄격히 나뉜다고 여겼다. 과부가 되거나 고아가 되거나 집에 남성이 없어 힘든 ‘남자의 일’을 맡았다면, 농민의 논리에서는 외모도 역할에 맞아야 했다. 바지를 입고 총을 드는 일은 젠더 경계를 무너뜨리기보다 새 사회적 역할을 솔직하게 표시했다. 마을 사람들은 여성이 이제 남자의 몫을 하니 폴무지치예처럼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물론 일부 여성에게는 이 사회적 자리가 좋은 은신처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 라즈무지치예라 불린 사람 가운데 여성에게 사랑이나 욕망을 느끼며 이 지위를 이용해 남성과 결혼하지 않고 원하는 삶을 산 이가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상 전체를 숨겨진 동성애로만 환원해서는 안 된다.
세계의 유사 사례들
더 넓게 보면 북부의 이 현상은 다른 국가들에서도 많은 유사 사례를 가진다.
잭 할버스탬(Jack Halberstam, 출간 당시 주디스 할버스탬)은 고전이 된 『여성 남성성(Female Masculinity)』(1998)에서 남성성이 남성만의 것이 아니라고 논증한다. 역사 속 여성의 남성적인 행동을 생계상의 필요나 숨겨진 동성애로만 환원하지 말아야 하며, 19세기에는 전혀 다른 사회적 좌표에서 이해됐다고 강조한다.
가장 두드러지고 가까운 유사 사례는 발칸반도에 있다. 인류학자 안토니아 영, 라다 스테바노비치, 믈라데나 프렐리치는 알바니아·코소보·몬테네그로 산간 마을의 ‘서약 처녀(sworn virgin)’ 현상을 자세히 연구했다. 지역에 따라 부르네셔(burrneshë), 비르지나(virdžina), 토벨리야(tobelija), *오스타이니차(ostajnica)*라고 부른다.
“[서약 처녀들은] 독신을 서약하고 가족과 부족, 마을에서 남성의 사회적 지위를 맡았다…… 남성으로서의 젠더를 취하고…… 남성복을 입고 담배를 피웠으며 전쟁을 비롯해 전통적으로 남성에게 맡겨진 의무를 수행했다.”
— T. 히어가이스트 외, 『무기를 든 여성들: 여성과 총(Ladies in Arms: Women & Guns)』(2024)
문헌 및 출처
- S. 아도니예바 (Adonyeva S.), L. 올슨 (Olson L.). 『전통, 위반, 타협: 러시아 농민 여성의 세계 (Tradition, Transgression, Compromise: The Worlds of the Russian Peasant Woman.)』 2016.
- V. 달 (Dal V.). 『살아있는 위대한 러시아어의 설명 사전 (Explanatory Dictionary of the Living Great Russian Language.)』 1863–1866.
- A. 포드비소츠키 (Podvysotsky A.). 『일상 및 민족지학적 적용에 따른 아르한겔스크 지역 방언 사전 (Dictionary of the Regional Arkhangelsk Dialect in its Everyday and Ethnographic Application.)』 1885.
- M. 풀킨 (Pulkin M.). 『18-19세기 전통 문화에서의 젠더 관계 진화: 유럽 러시아 북부 자료를 바탕으로 (The Evolution of Gender Relations in Traditional Culture of the 18th-19th Centuries: Based on the Materials of the European North of Russia.)』
- J. 할버스탬 (Halberstam J.). 『여성 남성성 (Female Masculinity.)』 1998.
- T. 히어가이스트 (Hiergeist T.) 외. 『무기를 든 숙녀들: 여성과 총 (Ladies in Arms: Women & Guns.)』 2024.
- I. 패르트 (Paert I.). 『러시아의 구교도, 종교적 이단 그리고 젠더, 1760-1850 (Old Believers, Religious Dissent and Gender in Russia, 1760-1850.)』 2003.
- L. 스테바노비치 (Stevanović L.), M. 프렐리치 (Prelić M.). 『여자-남자가 되기: 발칸의 맹세한 처녀 현상에 관한 고찰 (Becoming a Woman-Man: Notes on the Phenomenon of Sworn Virgins in the Balkans.)』 2023.
- A. 영 (Young A.). 『남자가 된 여자들 (Women Who Become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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