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크-마슬레니차: ‘여자로 차려입은 남자’ 전통
20세기 초 러시아의 마슬레니차 의례에 등장한 여장 남성 형상.

러시아 전통에서 마슬레니차(Масленица)는 정교회 달력상 대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일주일 동안 열리는 민속 축제다. 부활절 날짜에 따라 해마다 시기가 달라진다. 금식에 앞서 배불리 먹는 마지막 주간으로, 고기는 이미 먹지 않지만 유제품과 버터, 달걀은 허용된다. 이 재료로 만드는 블리니가 차츰 축제 음식과 흥겨운 놀이, 겨울 보내기의 대표적 상징이 되었다.
마슬레니차에는 역사적 층위가 두 겹 있다. 하나는 교회의 사순절 준비와 연결된다. 다른 하나는 기독교 이전의 의례로 거슬러 올라간다. 썰매 타기와 떠들썩한 행렬, 놀이, 변장처럼 웃음과 공동의 흥을 위해 일상의 질서를 잠시 뒤집는 관습이 이 층위에 속한다.
짚 인형은 마슬레니차의 가장 유명한 상징 가운데 하나지만, 민족지 자료를 보면 러시아 제국의 어떤 지역에서는 아예 만들지 않았다.
인형을 만드는 지역에서는 이것이 축제의 중심이 되었다. 대개 크게 만들었으며, 막대 두 개를 십자 모양으로 엮어 짚을 감거나 짚단을 뼈대로 삼았다. 위쪽은 머리, 아래쪽은 몸통으로 꾸몄고 더 높이 보이도록 긴 장대에 짚단을 꽂기도 했다.
옷차림은 지역마다 달랐다. 어떤 곳에서는 카프탄과 모자를 입히고 허리띠를 두른 뒤 인피화를 신겼다. 다른 곳에서는 저고리와 사라판 또는 치마 같은 여성복을 입히고 머리에 스카프를 둘렀다. 이어 인형을 썰매에 세우거나 앉혀 노래를 부르며 언덕으로 옮겼다. 지역 전통에 따라 월요일이나 목요일에 ‘마슬레니차 맞이’ 의식을 치렀다.
무지크-마슬레니차
20세기 초 사료에는 특별한 트라베스티 형상인 ‘무지크-마슬레니차(Мужик-Масленица)’가 기록되어 있다.
연극과 민속에서 트라베스티는 다른 성별의 인물을 그에 맞는 옷차림으로 연기하는 것을 뜻한다. 연기자의 외모와 의상이 의도적으로 어긋나는 데서 희극적 효과가 생긴다.
언론인이자 민속자료 수집가 아폴론 아폴로노비치 코린프스키(Аполлон Аполлонович Коринфский)는 1901년 저서 『민중의 루스』에서 이 마슬레니차 풍습을 묘사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떤 지역에서 행렬에 등장한 ‘마슬레니차’는 “무슨 까닭인지… 여자로 차려입은 남자로 변했다.”
사람들은 블리니를 실컷 먹었다. 그런 다음 노래하고 춤추며 방울과 종, 알록달록한 헝겊 조각으로 기묘하게 장식한 나무를 거리에 들고 다녔다. 그 뒤에는 어찌 된 일인지 아름다운 여신에서 여자로 차려입은 남자로 변한 ‘마슬레니차’를 태우고 다녔다. 그는 자작나무 빗자루를 주렁주렁 달고 손에는 발랄라이카를 들었다. 긴 행렬이 꾸려졌다. 맨 앞에서는 색칠한 썰매가 달렸고, 어떤 곳에서는 썰매 날 위에 배를 얹었다. 썰매에는 말 10~20마리를 ‘거위식’으로 이어 매었으며 말마다 빗자루를 든 기수가 탔다. 무지크-마슬레니차는 발랄라이카 외에도 이따금 ‘황제의 술’이 든 슈토프를 들었고, 곁에 블리니 상자와 함께 놓인 맥주통에도 때때로 입을 댔다.
슈토프(штоф)는 옛날에 용량을 재던 병이나 유리병이고, ‘황제의 술’은 보드카의 옛 이름이다. 맥주통과 블리니를 운반하는 ‘블리니 상자’도 함께 나온다. 이 형상은 음악과 음식, 술, 희극적 의상을 한데 결합했다.
묘사에서 무지크-마슬레니차는 ‘자작나무 빗자루를 주렁주렁 달았다.’ 러시아 전통에서 자작나무 빗자루는 목욕과 정화에 연결되므로 축제 장식으로도 인상적인 세부가 되었다.
첫 썰매 뒤에는 곱게 차려입은 젊은이와 처녀, 아이들이 탄 썰매들이 이어졌다. 방울이 울리고 발랄라이카와 노랫소리가 퍼졌으며, 주민들은 집에서 나와 행렬에 합류했다. 앞 썰매는 ‘배’라고 불렸다. 수건을 묶은 빗자루를 돛대와 돛처럼 세워 꾸미기도 했다. 이런 ‘맞이’는 전통적으로 마슬레니차 주간의 첫날인 월요일에 열렸다.
무지크-마슬레니차는 익숙한 역할과 규범을 잠시 뒤집는 민중의 웃음 문화 논리를 보여 준다. 거리 의례 속 마슬레니차는 여자로 차려입고 발랄라이카와 자작나무 빗자루, 보드카 슈토프를 든 남성으로 나타날 수 있었다.
이 인물은 민속적 의미의 트라베스티 가면이라 할 수 있다. 의도적 불일치는 축제 때 세계의 질서가 뒤바뀐다는 표지가 된다.
참고 문헌 및 출처
- 코린프스키 A. A. 『민중의 루스: 러시아 민중의 설화·신앙·관습·속담으로 보는 일 년』(Народная Русь: Круглый год сказаний, поверий, обычаев и пословиц русского народа). 1901.
🇷🇺 러시아 LGBT 역사
일반 역사
민속